개발을 공부했던 과정 💻
개발을 공부했던 과정
SSAFY 1차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고, 그간 개발을 준비해왔던 과정을 쭉 돌이켜보았다.
왜 떨어졌을까?
왜 나는 SSAFY를 하고 싶었던 걸까?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개발이 내 성향과 잘 맞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스스로 답해보는 과정에서, 개발자로의 진로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중국어를 배우러 갔던 중국 유학 생활 1년이, 본격적인 진로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상하이에서는 중국어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음식당 알바도 하고, 길 가던 사람에게 친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며,
현지 대학생들과의 동아리 활동도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스스로 몰아붙이며 살았지만,
취준의 터널을 괴롭게 지나고 있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어과니깐, 중국어를 활용해서, 해외 기업에 취업하면 멋있겠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얼어붙은 한국의 취업시장에서 이런 무른 전략으로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성있는 진로 계획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랜드 차이나 HR 인턴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원했던 해외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했지만
회사 내의 인사 개편과, 의류 산업의 불안정성을 직접 확인하면서
언어는 단순히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갈고 닦을 수 있는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여러가지 기술을 찾아보다가, 유튜브 채널 ‘Eo'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개발자 출신 창업자들을 보면서
어플이나 웹등을 개발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삶에 매력을 느껴 '개발자'라는 진로를 마음에 품기 시작했다.
수학을 싫어하지도 않았고, 최신 기술을 다루며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는 폼나는 인생을 원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대학교에서 신청해놓았던 게임 개발 전공 수업들로 개발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재밌어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비전공자로서,
개발을 독학한다는 것은 안개 속을 걷는 것이더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뒷걸음질치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헤매었다.
진로에 관해 조언을 해줄 사람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동행도 없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동행자를 구하고자 프론트엔드 스터디를 만들었다.
캠퍼스픽에서 구한 분들과 HTML, CSS를 공부하기로 했고 열정 가득한 채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분들과 진행하는 스터디는 아쉽게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점점 진도가 느려지다가 결국엔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 국비지원 프로그램과 부트캠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 우아한 테크코스, 항해 99등 여러 부트캠프를 찾아보면서 고민하던 중,
SSAFY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삼성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매달 100만원씩 나오는 지원금과,
프론트와 백을 함께 배우는 풀스택 커리큘럼은 내 눈을 사로잡았고,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모집 시작까지 4개월 정도 여유가 있어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다.
지원하기 전에 기본 코딩 실력을 키우려고 손에 잡히는 대로 공부했다.
구글링과 책을 통해 JavaScript 문법을 배우고, 백준을 풀면서 알고리즘을 익혔다. 인프런 강의도 사서 들어보았다.
기본 CS지식도 필수라는 친구의 말에 자료구조 스터디도 해보았다.
요령도 없었고 효율도 없었지만, 조금씩 흥미를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배우는 이 문법과 코드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었다.
마침, 사업을 시작한 지인분께서 형식적인 웹사이트가 필요하다며 나에게 웹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며 여쭤보셨고,
겁이 났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은 없다'는 말을 되뇌이며 수락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재밌게 공부한 알고리즘과 문법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개발자가 실질적으로 하는 작업은 훨씬 짜증나고 힘들다는 것을.
같이 개발을 공부하는 친구에게 백엔드를 맡기고, 프론트엔드를 맡아서 개발을 시작했다.
중요한 점은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백을 맡은 친구는 서버 개발 수업도 많이 들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수월하게 작업했지만,
나는 당시에 처음 써본 Vue.js로 컴포넌트를 생성하는 데에도 하루가 걸렸다.
사실 컴포넌트가 무엇인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 마다 원인을 모르는 에러가 끊임없이 터졌고,
구글에도 레퍼런스가 부족한 프레임워크인 Vue.js는 날 더욱 힘들게 했다.🥲 (심지어 새로운 버전을 설치해서 더더욱 부족한 자료)
혼잣말이 늘었고, 다크 서클은 인중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에러를 해결하고 의도했던 대로 코드가 작동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 우리집에서 내가 개발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친구는 내가 조울증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개발에 몰두를 한 결과 웹 페이지는 조금씩 구색을 갖추어 갔다.
하지만 몇 가지 에러들은 도저히 내 머리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죽어가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웹을 맡기신 지인분이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질문을 하라며 개발자 친구분을 소개시켜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 개발자 형님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웹을 서버에 띄우지 못했을 것 같다.
귀찮다시피 노트북을 들고 찾아오는 내가 불쌍했는지 형님께서는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나를 도와주셨다.
그 분이 에러를 해결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절대적인 개발 지식으로 해결을 한다기 보다
어떤 부분에서 에러가 떴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그 부분을 파고들어 웹 사이트의 도큐멘터리를 활용해 해결하였다.
경험과 문제 파악의 중요성이 개발자의 실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접 웹 페이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개발이라는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몇 년간 개발을 공부해오신 분들이 보면 '고작 그거 만든 것 가지고...'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개발이 더이상 '알 수 없는 컴퓨터의 언어'가 아닌 '끈기와 노력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웹 페이지가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면서 SSAFY 지원 일자도 슬슬 다가왔다.
비전공자인 나는
1차 - GSAT (수리 추리 + Computation Thinking)와 자기소개서
2차 - PT 면접 & SW관심도 면접
의 선발 과정을 거쳐야 했고, 1차 통과를 위해 자기소개서와 GSAT을 준비해야 했다.
GSAT를 먼저 보고, 1주일 뒤 자소서를 내는 순서였다.
후기를 찾아보니 GSAT는 어렵게 나오지 않으며 기출문제와 시중의 문제집을 풀면 무난하게 통과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사람들의 후기를 맹신하여 자소서에는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GSAT는 상대적으로 준비를 안일하게 했던 것 같다.
문제집을 풀면서 오답을 보완해야하는데 맞은 문제만 보면서 안심했다.
'이 정도면 붙겠지?'
누구를 탓하겠나...ㅠ 결국 GSAT 시험 당일, 생각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된 난이도에 첫 문제부터 5분을 쓰면서 멘탈이 탈탈 털리며,
시험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설마 1차에서 탈락시키겠어? 라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정말 이보다 잘 쓸 수 없다 생각이 들 만큼 공들여서 자소서를 써서 냈지만, 결과는 1차 탈락이었다.😱
아마 폭발적인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거르는 GSAT 시스템에 따라 아마 내 자소서는 읽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굉장히 충격이었다.
반 년 동안 준비해온 시험에서 1차에서 탈락하는 그 마음...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자존심도 상했고,
GSAT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 후회도 되었지만,
붙은 사람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겠지
최종에서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입시 이후로 탈락하는 경험이 오랜만이라서 극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탈락해서 생긴 여유시간 동안, 그동안의 회고를 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았다.
'개발을 계속할까?'
이 질문이 제일 중요했다. SSAFY에 합격을 했다면 예외없이 1년 동안 1600시간을 몰두하며 개발자로 거듭나게 되었을 텐데,
탈락한 것은, 어떻게 보면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